이미 밝힌대로 마이너즈리그는 로봇들이 등장해 미션을 수행하는 리그전 방식의 게임이다. 시즌 1에서 이들이 수행해야 할 임무는 '시스템 129408D'를 파괴하는 것(129408D의 사진은 블로그 어딘가에 숨어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렸을때부터 변방에서 지겹도록 오랑캐와의 전투에 단련된 무인이었다. 아는 거라곤 전쟁에서 생존하는 법, 싸워서 이기는 법밖에 몰랐다. 그가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웠을까? 그는 본 아이덴터티 인간형 살인병기였다. 자면서도 사방을 경계하는 전형적인 무사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당대 최고의 영웅이었다. 오랑캐와의 싸움에서 지는 일이 없었으므로..
그를 이용한 것은 고려말의 신흥 세력인 신진사대부들이었다. 자신들의 철학으로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는데 이성계라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이용한 것이다. 그를 영입하는 방법으로 자신들만의 국가를 구축하려고 했다.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어차피 안될 일이기에 왕좌를 양보하고(이성계에게는 무력뿐만 아니라, 글레디에이터 급의 대중적 인기가 있었다. 일반 백성들도 신하가 왕을 반역하는 일에는 '이 자식들이 감히...' 하며 반기를 들 수 있었다. 그러면 혁명은 실패한다. 그러나 당시 대중들 사이에는 무능한 왕 대신에 이성계라면 좀 생각해 볼 만하다는 일종의 공감대가 있었다), 권력의 실세를 쥔 대신의 자리에서 왕을 견제하는 국가가 바로 조선이었다. 이후 500년간 조선왕조의 역사가 왕권과 신권의 대립의 역사가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시작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바꿔말하면, 초기 시스템 셋팅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일단 국가라는 시스템이 셋팅되면 각 진영에서 견제장치가 작동되기 때문에 어느 쪽에서도 시스템에 접근하지 않는다. 시스템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되도 셋팅을 수정하지 않는다. 시스템 다시 깔기 전까지 그냥 안고 가는거다. 오류를 안고 그럭저럭 잘 운영하는 듯 하다 막판에 쫄딱 망한게 조선이다. 이놈한테 몸 뺏기고, 저놈한테 뺨맞고 어리버리하게 당했다. 그 여파로 한반도는 두 개로 쪼개져서 다시 붙을 생각을 안한다. 그 피해가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믿어지는가 오늘을 사는 우리가 그 옛날 권력욕에 빠진 신진사대부들의 간접적인 피해자라는 사실이... 우리가 수백년 뒤의 후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망하면 다른 걸로 다시 깔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온갖 외래종 바이러스와 버그들이 창궐하고, 시스템을 장악했다. 한반도 남쪽은 129408D가 장악했다. 마이너즈리그의 주인공들은 사용자들에게 묻는다. 셋팅을 수정할 것인가, 시스템을 다시 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