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촬영을 위해 제작중인 하이브리드라는 로봇은 설정상 육군의 요청으로 국방부가 발주하여 개발한 이족보행 로봇이다. 그 로봇들을 세 명의 청년이 다시 축소 제작해서 경기를 벌인다는 스토리이다. 동영상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이 자세히 나타나지 않고 직관적인 영상들로만 채워진다. 그런데, 과연 국방부가 현실에서도 두 발 달린 전투로봇을 개발하려고 할까?

혹자는 아직까지 이족보행 로봇은 전장에서 비용대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수적인 군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까지 도입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맞는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외적 환경변화, 우리 군의 특성과 국방사업의 발주 과정, 각 군간의 조직 이기주의 등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방분야의 특징에 대해서 간략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국방분야는 크게 군정과 군령으로 나뉜다. 한국의 경우 전자는 국방부 관할이고, 후자는 합참의 관할이다. 쉽게 설명하면, 전자는 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후자는 전쟁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를 위한 기관이다. 그러나 양쪽 모두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다. 그래서인지 통상 국방부를 국방분야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인식한다.

과거 국방부 = 육방부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방부와 합참은 하부조직인 육군의 지배를 받아왔다. 전쟁에서 육군의 비중이 높았던 것도 이유지만, 대한민국의 쿠테타 세력이 모두 육군 출신이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오랜기간 육군은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주요 의사결정 라인을 독식해왔다. 이 때문에 군 예산배정 등을 둘러싸고 육군에 대한 타군(특히 공군)의 피해의식과 갈등이 생겨나게 되었다. 국방부가 아니라 '육방부'라는 얘기는 유명하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집권 이후부터 현재의 노무현 대통령까지 군에는 미세한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지나친 육군중심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며, 이런 변화는 군의 의사결정체계와 예산배정에서 공군과 해군의 비중이 예전보다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것은 국내정치적 요인때문만이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전쟁의 양상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가 바로 EBO 이다.

EBO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승전국들은 히틀러의 전략을 이론적으로 분석한다. 히틀러의 초기 군사전략에는 기존 전쟁개념을 뒤바꿀만한 획기적인 창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을 할때 적군을 많이 죽이는 것보다 적국의 주요 핵심타겟(대통령 관저, 의회, 방송국 등)만을 효과적으로 붕괴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연구는 '전략적 마비 이론' 등 공군 중심의 전략 연구를 불러일으켰고, 이후 미국이 여러차례 전쟁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보완 발전하게 된다.

이 신 군사전략들은 걸프전 이후 EBO(Effect-Based Operation)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며 최근 이라크전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EBO의 핵심은 정보수집을 통해 적의 전쟁수행능력을 네트워크 구조로 파악한 다음, 네트워크의 핵심접점(노드)들을 선별한 뒤, 정밀폭격을 통해 노드들만 파괴해서 원하는 결과(효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가지 능력이 필수적이다. 정보수집, 네트워크분석, 정밀폭격. 이 중 정보수집(정찰)과 정밀폭격은 공군이 주로 해야할 일이고, 공군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야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사실을 대한민국 군의 헤게모니를 쥔 육군이 달가워할리가 없다. 가뜩이나 국방예산도 점점 줄어드는 판국에... 이때문에 한동안 대한민국 국방부, 그리고 합참에서조차 EBO라는 단어가 터부시 되었던 적도 있다.

물론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육군에 대한 견제도 심해지고 있고, 육군도 더 이상 미군사전략의 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2006년 국방부 조직개편을 통해서 국방사업에 관한 돈줄을 청와대가 직접 쥐고 있다. 방위사업청의 신설이 그것인데, 각종 비리와 잡음의 소지가 많은 대규모 국방사업을 청와대가 직접 관할하겠다는 뜻이다.

육군의 선택
이런 대내외적 도전 속에서 EBO로 선수를 뺏긴 육군은 육군 나름대로 현대전, 과학전, 첨단전의 대열에 동참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도 국방예산의 흐름을 최대한 육군에 유리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육군이 취할 수 있는 몇가지 옵션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무인전투로봇 개발사업이다.

이라크전에서도 증명되었듯이 현대전에서 공군력이 아무리 중요해졌더라도 결정적으로 전쟁을 끝내는 것은 아직까지 육군 보병이다. 그러나 바로 이 보병전에서 가장 많은 전사자를 내게된다. 현대전의 또 다른 양상은 인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서 보듯이 전사자가 늘어날 경우 국내에서의 반전 여론이 심해져 전쟁수행 자체가 힘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육군은 이에 보병을 대체하여 시가전 등에 투입될 전투로봇, 즉 무너진 콘크리트와 건물 계단을 헤치고 들어가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두 발 달린 무인로봇 개발사업을 국방부에 요구하게 된다. 한국의 로봇제작기술이 선진수준이고, 국내 기술력 증진효과는 물론 향후 수출 방위산업으로서 전망이 높다는 것이 추가적인 이유다. 물론 아직 요구하진 않았지만 현재 흐름대로 국방예산이 육군에 더 이상 호의적이지만은 않다면, 앞으로 개연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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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장갑기병 보톰즈' 실물모형
<사진 출처 http://www.ironwork.jp/monkey_farm/botoms/botom-top.html >




Posted by Andy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