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트랜스포머가 개봉된 것은 6월 28일이었다. 개봉 당일날 보러갔다가 표가 없어서 그 다음 날로 예매하고 봤던 기억이 난다. 트랜스포머 개봉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4월 달 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당시는 나도 로봇영화(이 글에서 '로봇영화'는 로봇이 주인공인 영화로 한정함)를 기획하고 한참 준비중에 있던 터였다. 모르긴 몰라도 스필버그와 나는 아마 비슷한 이유때문에 로봇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 부터 얘기하자면 스필버그가 로봇을 주인공으로 택한 것은 '로봇의 대중노출 추세' 때문이라고 본다.
스필버그는 사실 90년대에도 로봇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쥐라기공원의 CG 기술로도 거대로봇들이 싸우는 장면은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 게다가 이 때는 헐리우드에서도 새로운 소재가 고갈되어 가던 시기이기도 하다(뤽베송의 '니키타'를 그대로 카피한 '니나(1993)'를 보라). 그럼에도 2000년이 넘어서야 로봇영화를 기획한 이유는 논리적으로 둘 중 한가지다. 그때까지 로봇영화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생각은 했는데 실행을 못한 것이다(새로운 장르가 주는 위험부담 등 때문에).
이유가 어떤 것이었던 간에 그러한 상황은 2000년 이후 달라지는데,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 일본 혼다사의 '아시모'가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뒤이어 주요 선진국들도 국가적 차원의 성장동력으로써 로봇 산업 육성책을 내놓으면서 수많은 이족보행로봇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점차 저비용, 보편화되며 매스컴 등을 통해 대중적 노출이 증가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EBS 로봇 격투 대회 등의 로봇 전문 프로그램이 생겨날 정도였다.
일본로봇공학협회가 내 놓은 전세계 로봇 시장의 추이를 보면 2000년 이후부터 가정용, 개인용 로봇 등이 급속한 성장 추세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0-2005년 까지는 로봇시장의 태동기이면서 로봇의 대중적 노출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아마도 이 시기에 스필버그 역시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기획했거나, 아니면 로봇의 대중화를 근거로 보수적인 헐리우드 투자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로봇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향후 20-30년 동안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져 급속한 발전기에 접어들 확률이 높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로봇만한 고부가가치 부품산업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로봇이 주는 매력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주장도 있을 수 있다. 로봇 그 자체가 주는 어린시절의 로망이 있고, 또 70, 80년대 로봇만화를 보고 자라난 어린이들이 경제적 중추로 떠오르면서 그들을 타겟으로 한 마케팅이라는 분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은 왜 1990년대에 거대로봇물이 나오지 않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21세기 초 실제로봇들의 대중적 노출과 그 급속한 증가 추세가 헐리우드로 하여금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수 있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본다.
* 여기서 잠깐, 아이로봇은 로봇이 주인공인 영화인가? 아이로봇의 주인공은 윌 스미스다. 마찬가지로 터미네이터의 주인공은 아놀드슈왈제네거다. 로봇역할을 맡았을 뿐 아놀드는 사람이다. 바이센테니얼맨의 주인공도 역시 인간인 로빈 윌리암스다. 헐리우드가 얼마나 로봇에 대해 보수적이었나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