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4년도에 대학에 입학했었다.
모든 94학번과 마찬가지로 초중학교때 동유럽의 자본주의화 과정을 지켜보았고, 고등학교때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하는 것을 목격했다(당시로서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들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허망함, 기성교육에 대한 불신, 가치관의 혼란, 데모하는 윗선배들과의 소통의 단절이 있었다. 이른바 X세대, 사회적 부속품이 되기보다는 개인의 삶에 더 치중하는 세대의 시작이었다.

왜 개인에 더 치중하냐고? 격변하는 세상에 대해 스스로가 상황판단이 안되니 그냥 '에라 모르겠다. 다 그게 그거여'하고, 자신만의 삶속으로 숨어버리는 것이다. 일종의 도피다. 이후 10~15년 대학가에는 이런 성향이 지속된다. 그러니까, 94학번부터 03~08학번까지는 대략 이런 성향이 비슷하다. 숫자로 따지면 94학번부터 03학번까지만 합산해봐도 대략 500만명이다.

이들은 개인적이고, 사회나 역사와 단절되어 있다. 통제나 획일보다는 개성을 중시한다. 기성세대의 획일과 동료집단의 사회적 압력에 저항하는 듯 하지만, 가치관과 철학의 부재로 인생에 뚜렷한 목표가 없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주변의 시류와 유행 등에 더 민감해지고, 소위 말해 "귀가 얇아진다". 꿈도 없고, 배짱도 없고, 역사에 무관심하고, 따라서 사회적 책임의식도 없고, 오로지 이기적이기만 하다. '신의 직장'에 취업만 시켜주면 영혼이라도 팔 자들이다. 아니, 서로 먼저 팔려고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과도기에 끼인 불쌍한 세대들이다.

그중 첫째격인 94학번이라면 지금쯤 사회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중추다. 사회의 핵심이다. 정부에서는 실무를 책임지는 공무원이고, 회사라면 과장 또는 실세 대리급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권위주의적 피라미드 사회를 지탱하는 중추다. 일은 가장 많이 하면서 영광과 보상은 항상 윗대가리들이 챙겨간다. 언젠가는 나도 피라미드의 상부로 가겠지하는 착각을 가지고 산다.

순서로 따지면, 군부독재 집단과 야합해 정치, 경제분야를 선점하고 있는 기성보수세력과 그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386세대를 이어서 이들 500만이 새로운 세력으로 전면에 나서줘야 한다. 그런데, 이들의 특징이 오합지졸과 같아서 결코 정치적으로 세력화하지 못한다. 어렸을때 크게 한 번 놀래서 평생을 병약하고 소심하게 사는 환자들 같다. 좋게 얘기하면 소박한 거고... 어쨌건 이들은 앞으로도 보수세대와 386세대의 똘마니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이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이모양 이꼴이니 무슨 희망이 있나. 그러나 나는 아직도 우리민족에게 계속 희망을 가지고 있다. 지난 5천년간 한민족이 존속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난 며칠전 부터 그 우리민족의 전형이 이제서야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을 보았다. 청계광장에 모인 10대들이 바로 그들이다. 똑똑히 보아야 한다. 그들이 20년 뒤 이 땅의 새로운 주인들이다.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500만 94~03학번을 앞질러 제치고 이 땅의 새 주인으로 우뚝 설 것이다.  
 
이들은 월드컵 세대들이다. 미국같은 강대국에 대한 열등감이 없다. 초등학교때 자신의 나라가 세계의 열강을 꺾어넘기는 것을 목격했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강하게 형성되어있다. 이들도 물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원래 자신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남도 존중할 줄 안다고, 이들의 개인주의는 94-03학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94학번의 개인주의가 열등감과 혼돈으로부터의 도피라면, 지금 10대들의 개인주의는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개인주의다. 소통하고 교감하기 때문에 이슈가 발생했을때 지금처럼 세력화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아주 어릴때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와 함께 자라났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불쌍하게 된 건 94~03학번(길게는 08까지)이다. 대한민국을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리드할 역량과 인원이 충분히 되면서도 세력화하지 못해 자멸하고 있다. 이들이, 그중에서도 맏형격인 94학번 부터 지금 당장 자신들의 윗대가리들을 전부 쳐내고, 스스로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없다. 역사는 그들을 기성세대의 충실한 개나 똘마니 정도로 기억할 것이다. 그들이 주춤하는 사이 이 나라는 앞으로 20년간은 지금처럼 보수꼴통들과 어리버리 386이 주인이다. 그리고 20년 뒤 이 땅의 주인은 지금의 10대들이다. 94~03이 설 자리는 없다. 이들은 원래 사회적 책임을 적게지는 대신 권리도 조금만 주장하는 소박한 부류들이 아닌가. 그때가서 조카뻘 되는 애들 충견노릇이나 계속 하던가...

영국에서는 39살에도 보수당 총재가 된다. 중국은 30대 장관들이 대부분이다. 미국은 30대 이사들이 기업의 중추다. 여기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경로당이다. 한국이 아직까지 경로당인 이유는 지금 전면에 나서서 제 몫을 해줘야 할 94학번부터 병약하고 소심한 젊은이들이 줄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진작에 은퇴해야 할 영감들이 아직도 행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전부문에서 세계 시장이 통합되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 앞으로 10년 안에 경로당은 사라질 것이다. 94학번과 이후 10년 학번들은 지금부터 당장 과감하게 치고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재버릇 개 못준다고, 이런 소리하면 웃기나 하겠지. 지금처럼 '어른들' 충성스럽게 모시면 내가 그 자리 물려받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라. 그 어른들이 지금 대한민국을 좀먹고, 망치고 있다. 그들 밑에 숨어서 '내가 감히 어떻게...'하고 중얼대는 것은 겸손한게 아니라 이기적인 것이다. 그 이기주의에 대한 댓가는 죽기전에 반드시 치뤄야 할 것이다.

보다 못한 10대들이 벌써 일어나지 않았는가. 용기와 배짱이 있는자가 항상 쟁취한다. 분연히 일어서는 자가 주인이다. 용기없는 94-03학번, 당신들이 앞으로 모시게될 새파란 이사님, 장관님들이다. 

내 친구들 94학번들이여, 우리의 인생이 단 한번이라도 순수한 열정으로 찬란하게 빛난 적이 있었는가? 함께하는 아름다움을 죽기전 추억으로 남기고 싶지는 않은가? 만일 그렇다면, 먼저 스스로 주인이 되어야 한다. 10대들의 행동을 인터넷 괴담에네 머네 하며 비웃는 당신의 상관들 목을 쳐내라. 당신은 이미 실력이 충분하다. 다만 인맥이 없을 뿐. 학벌과 인맥에만 의존하는 윗대가리들의 방식에 기댈 생각하지 말고, 사회 관습에 저항하여 실력으로 일어서서 주인이 되어라.

지금의 10대들이 더 우렁차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더 크게 기를 살려주어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된 잘못된 관행과 편법, 더러운 게임의 룰을 청소해 놓아야 한다. 앞으로 10년뒤 그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전까지 바꿔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사회적 실무중추인 94학번에게 역사가 부여한 임무이다.

그 마저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도대체 인생은 왜 사는가? 연봉올리려고? 강남에 아파트 살려고? 교수되려고? 10억 벌려고? 그래서 친구들한테 자랑하려고? 정신들 차리기 바란다. 정말 모르겠으면 촛불들고 있는 10대들에게 물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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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ndy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