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는 모든 것들은 자연을 닮아있다. 아름다움이란 인지 자체가 자연과의 호응 속에서 오는 반응일지도 모른다."  
 
아바로키테슈바라는 언뜻보면 일본 애니메이션 로봇들을 닮아있다. 그것은 지난 수십년간 일본이 로봇 디자인 분야를 선점했고, 치열하게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방법론을 발전시키며 기본적인 토대를 먼저 만들어 놓았다. 후발주자인 내가 그 토대에서 마저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무인도에서 혼자 고민하더라도 결국은 일본인들이 십년전에 걸어간 길을 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테크닉측면에서 본다면 일본인들은 로봇 디자인에 대해 할 수 있는 고민은 이미 다했다. 남은 것은 테크닉이 아닌 철학으로서의 디자인이다.  

그럼 우선 테크닉으로서의 방법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연역하기(deducing)'이다. 연역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연역'은 추상적인 대전제로부터 구체적인 세부로 가는 것이다. 연역적 디자인이란 말이 어렵다면 그 반대 개념인 '귀납적 디자인'을 먼저 생각해 보면 된다. 인간의 사고 자체가 귀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귀납적 디자인은 인간에게 가장 보편적인 디자인 방법이다.

귀납적 디자인을 발견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처음 로봇을 디자인하겠다고 마음먹고 며칠 디자인에 매달릴때, 나에게 어떤 반복적인 습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디자인을 하는데, 항상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일을 진행한 것이다.

1) 먼저 유사한 기존의 다른 디자인을 하나 떠올린다.
2) 거기에 여러가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본다.
3)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것이 나타나면 그걸로 접목해서 디자인을 완성한다.

가령 로봇의 팔을 디자인 하는데, 가장 기본형인 원통에서 부터 시작해서, 날개도 달고, 선도 긋고 하다가 맘에 드는 걸로 마무리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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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삽질 디자인이다. 이렇게 해서 아름다움이 나오길 바란다면, 그건 건초더미를 마구잡이로 뒤져서 우연히 바늘이 나오길 바라는 것과 똑같다.

연역적 디자인은 이처럼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것에서 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먼저 추장적인 연역의 시작점을 정한다. 그걸 편의상 '모체'라고 부르기로 하자. 연역적 디자인은 바로 이 눈에 보이지 않는 모체에서 부터 구체적인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일례로 건담의 디자인도 연역적 방법론을 쓰고 있는데, 그 모체(연역의 시작점)는 '군국주의 남성'이다. 건담은 남성의 매끈한 근육, 특히 하반신의 견조한 다리 근육, 훈도시로 가려진 거대한 성기 등을 통해 남성들에게 마초적 쾌감을 주는 디자인이다.

대충 그려보면 건담의 모체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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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이 가장 인기있던 80년대는 냉전으로 인류가 거대 병기에 대해 선망하고 있을 때였다. 핵과 같은 강력한 무기, 남성적 매력이 풍기는 매끈한 흉기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인류는 20세기에 두 번의 세계대전을 비롯해 수많은 대량 살상의 전쟁을 겪었다. 언제 누가 우릴 공격할 지 모른다는 폭력에 대한 공포와 열등감이 팽배했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힘에 대한 선망을 만들어 냈다. 이런 비정상적 선망이 만들어 낸 것이 대량생산되는 거대병기 건담이다. 별로 보고싶지 않은 인류의 슬픈 자화상이다.
 
아바로키테슈바라의 디자인 방법론 역시 연역법이지만, 그 모체는 인간과 동물(주로 새)의 모습이다. 폭력에 대한 공포와 열등감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신으로서의, 그리고 인간의 완성으로서의) 자연을 모방한 것이다. 폭력의 공포에서 벗어난 자연과 신과 인간의 모습이다. 그렇게 제대로 구현됐는지는 보는 이가 판단해야 겠지만, 최소한 기획 의도는 그러하다.




Posted by Andy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