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디자인 이야기에 앞서 심심풀이로...
첫 작품 '아바로키테슈바라'의 눈은 원래는 음각 부조로 조각해 넣어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착시현상을 일으켜 눈동자가 노려보는 것처럼 디자인 했었다. 그런데, 이런 음각 부조 눈동자는 영화상에서 상대를 노려봐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관객을 노려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폐기했다.
음각 부조에서 한 단계 진보된 눈이 위 사진의 모습이다. 눈의 위치는 가늠할 수 있게 하되, 눈동자는 보이지 않게 해서 일종의 '착시현상' 또는 '거짓 기억(false memory)'을 유도하는 디자인이다. 로봇이 처한 상황에 따라(또는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눈동자가 움직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실제 영화를 보면 눈이 없음에도 로봇의 시선 처리가 상당히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는데, 이는 관객들의 뇌가 주어진 상황에 맞춰 로봇의 눈동자와 시선을 인위적으로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화를 본 사람들 대부분이 로봇들의 눈동자가 서로 째려보던 장면을 기억한다고 한다. 실제로 로봇에게는 눈동자가 없는데도 기억 속에는 눈동자가 있었다고 남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사물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그대로 저장하지 않고, 어떻게든 기존 정보와 연관지어 다시 정리해서 저장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 과정이 단축되어, 언뜻 사물에 대한 인식이나 판단이 빨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만든 고정관념과 편견 속에만 점점 매몰되는 것이다.

